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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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어사
“진짜 어사는 죽고, 종놈이 마패를 쥐었다. 살려면 어사 노릇을 해야 한다.”
정조 18년(1794년) 가을. 경기 암행어사로 출두하던 주인 윤서겸이 밤 고개 비탈에서 정체불명의 추격자들에게 피살되고, 십 년지기 하인 막동은 도망 노비·살인 누명을 피하기 위해 개울가에서 상투를 틀고 주인의 흰 도포와 찌그러진 갓, 구리 5마패를 지닌 채 얼떨결에 가짜 어사가 된다.
연재 회차 목록 (3화)
등장인물 & 핵심 성물 도감
윤서겸을 십 년간 모신 스물다섯 살 노비. 오른쪽 눈썹 위 짧은 흉터와 웃을 때 드러나는 삐뚤어진 왼쪽 송곳니가 특징이다. 주인의 유언과 5마패를 품고 살기 위해 가짜 어사 행세를 시작한다.
말수가 적고 강직한 문신. 한양 숭례문 밖에서부터 따라붙은 미행자를 눈치채고 막동의 지게 책 상자에 봉서와 사목을 숨긴 뒤, 밤 고개에서 막동을 살리고 숨을 거둔다.
어깨까지 엉킨 산발 머리와 누런 이, '나 구렁이야아~ 이히히히' 웃음소리가 특징인 능구렁이 종놈. 막동의 갈라진 발뒤꿈치와 손바닥 지게 굳은살을 보고 단박에 노비 정체를 간파한다.
오른쪽 챙이 크게 찢어진 대나무 삿갓을 눌러쓰고 한양 숭례문 밖에서부터 윤서겸과 막동의 뒤를 소리 없이 밟는 인물.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긴장을 드리운다.
다섯 마리 말이 돋을새김 된 구리 마패(Mapae-v3-5). 밤 고개 혈투에서 칼날에 베여 절반쯤 끊어진 쪽빛 명주 끈 토막이 매달려 있으며, 결정적 순간 첫 번째 말이 미세한 빛을 품는다.
조작된 큰 되로 백성들의 세곡을 수탈하고 한양의 뒷배에 상납하는 지방 아전들. 마패 앞에 납작 엎드리면서도 뒤로는 어사의 진위를 떠보고 증거를 빼돌린다.
가짜 어사 — 조선 후기 암행어사 제도 및 삼정(三政) 문란 고증 노트
- 암행어사 임명장 세트(봉서·사목·마패·유척): 어사로 임명된 당하관 문신은 승정원에서 봉서(封書: 출두할 고을 지명이 적힌 밀봉 문서), 사목(事目: 감찰 수칙서), 마패(馬牌: 역마 징발패), 유척(鍮尺: 도량형 및 형구 검수용 놋쇠 자)을 하사받았다.
- 봉서 개봉 원칙(남대문 밖 개봉): 봉서 겉면에는 '도성 문(숭례문 등) 밖에서 개봉할 것'이 명기되어, 어사 본인도 성문을 나서기 전까지는 자신의 암행 목적지(경기 풍곡현)를 알지 못했다.
- 세곡(稅穀) 수탈과 되·말(斗斛) 조작: 조선 후기 지방 아전(호방·이방)들은 세곡 수납 시 법정 규격보다 배가 부른 큰 되를 사용해 백성들의 쌀을 초과 징수(모곡)하고, 어사 감찰 시에는 정상 규격의 되로 바꿔치기해 유척 검수를 피하려 했다.